위쳐 이성의 목소리, 안제이 샤프콥스키, 제우미디어, 2021(2판 19쇄)

 

 

 

 그에 따르면 멜리텔레 숭배는 전형적인 여성숭배였다. 멜리텔레는 다산과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이요, 산후조리 중인 여성을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출산할 때 소리를 질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출산하는 여성은 보잘것

없는 사내에게 다시는 몸을 맡기지 않겠노라는, 그냥 통상적으로 약속한 듯 질러대는 공허한 비명 이외에 어떤 신성한 존재에게 도와달라고 외쳐야 하는데, 그 점에서 멜리텔레가 안성맞춤이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게롤트가 고개를 돌렸다.

 “괴물과 기괴한 것들을 생각해 내길 즐긴다네. 그러고 나면 자기 자신이 좀 덜 기괴하게 여겨지거든. 술에 취해 돌아다닐 때나 사기 칠 때, 도둑질할 때, 가죽 허리띠로 마누라를 팰 때, 늙은 조모를 굶주리게 놓아둘 때, 덫에 걸린 여우의

몸에 거름치우는 쇠스랑을 찔러 박을 때, 혹은 세상에 남은 마지막 유니콘에게 화살을 꽂을 때, 사람들은 자기들보다 새벽녘에 집집마다 훑고다니는 모라가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네. 그렇게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거든.”

 

 

 

 “자네, 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건가? 왜 그대들 인간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털가죽에 이가 증식하는 것과 똑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그러니 마찬가지로 지금 자네가 나에게 제안하는 것은 이 ‘이’와 더불어

살라고 하는 것과 진배없지 않은가?”

 

 

 

 “이 기회에 그대도 목욕 한 번 하지. 그대가 풍기는 냄새에서 그대의 종족과 나이뿐만 아니라 그대가 타고 다니는 말의 색깔까지도 느껴지니까 말이야.”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벌거벗은 남자를 본다고 해서 정신을 잃을 사람은 아니니까. 내 친구인 트리스 메라골드는 이렇게 말하곤 했지. 남자는 한 명만 보면, 다 본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이야.”

 

 

 

 “그건 망상이고 허황된 옛날이야기에 지나지 않아. 착한 정령과 엘프들이 나와서 소원을 들어준다는 온갖 전설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들은 단순한 바보들이 지어낸 것에 불과해. 그런 자들은 자신들의 수많은 

소원을 스스로 이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지. 난 당신이 그런 자들에 속하지 않아서 기쁘네, 게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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