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물리학, 해리 클리프, 다산북스, 2022(초판 2쇄)

 

 

 천문학자와 우주론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주를 부지런히 관측한 끝에, “우주의 95%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루어져 있다”는 난처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의 정체가 무엇이건 간에(사실 알아낸 것도 별로 없다), 표준모형에 등장하는 입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주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단 5%뿐이라는 것만도 충분히 당혹스러운데, 난처한 것인 이뿐만이 아니다.

 

 

 2010년 3월 30일, CERN의 공학자들은 LHC에서 두 가닥의 양성자 빔을 생성하여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데 성공했다. 난이도를 비유하자면 대서양의 양 끝에서 각각 바늘을 하나씩 발사하여 중간지점에서 충돌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퀴리 부부와 리더퍼드의 선도적 역할에 힘입어 방사성원소radioactive element(자발적으로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옮긴이)의 목록이 점차 길어지면서, “방사선은 원자의 내부 어딘가에서 방출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모든 원자는 근본적으로 같은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엄청나게 작은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훨씬 가벼운 ‘전자’라는 입자가 바로 그 재료이다. 음전하를 띤 전자와 양전하를 띤 원자핵은 강력한 전기력을 통해 하나로 묶여 있으며, 여기에 약간의 ‘양자 마법’이 개입되어 전자가 핵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아준다. 그렇지 않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탄생하자마자 붕괴되었을 것이다.

 

 

 특정 위치에서 파동함수의 크기(값)는 바로 그곳에서 해당 물체(입자)가 발견될 확률과 관련되어 있다 파동함수가 클수록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지금부터다. 전자를 서술하는 파동함수는 공간을 타고 잘 퍼져나가다가 누군가가 전자를 관측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하나의 점으로 붕괴되며, 바로 그 지점에서 전자가 발견된다. 게다가 관측을 하기 전에 파동함수가 어떤 지점에서 붕괴될지 미리 아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태양을 탈출한 광자는 약 8분 20초면 지구에 도달하지만, 그 광자는 이미 수만 년 전에 생성된 것이어서 핵반응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이미 아득한 옛날에 사라진 상태이다. 그러나 우주 최강의 관통력을 자랑하는 뉴트리노는 태양 내부에서 철통방어를 펼치는 양성자와 전자를 가뿐하게 제치고 날아간다. 뉴트리노의 입장에서 볼 때 거대한 태양은 사실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2초 남짓한 시간이면 태양을 탈출 할 수 있다.

 지금 이 한 문장을 읽는 시간 동안 약 2,000조 개의 뉴트리노가 당신의 몸을 통과하고 있다. 다행히도 약한 핵력은 너무나도 약한 힘이어서, 당신 몸속의 원자는 뉴트리노가 지나갔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수십억 년 전에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이것은 모든 과학을 통틀어 가장 시적인 개념일 것이다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은 우리의 평범하고 단조로운 삶을 방대한 우주와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또 다른 질문을 야기한다 – 별을 구성하는 재료들은 어디서 왔는가?

 

 

 이 많은 입자들은 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물리학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과거에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주었지만, 지금은 1만 달러의 벌금을 물려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물리학자를 접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바닥은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그 무리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조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떠들어야 한다.

 

 

 광자는 끊임없이 생겨나면서, 끊임없이 소멸되고 있다. 전등의 스위치를 켜거나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갖다 댈 때마다 당신은 수십억X수십억 개의 광자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들은 누군가의 눈에 닿거나, 벽에 부딪히거나, 다른 무언가에 닿는 즉시 소멸된다. 

 

 

 “음에너지 전자”는 “연못에 떠서 헤엄치는 -3마리의 오리”만큼이나 이상한 개념이다.

 

 

 암흑물질보다 더욱 신비한 것은 “밀어내는 중력”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이유를 암흑에너지에서 찾고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물론 질량도 포함된다)의 95%를 차지한다. 인간을 포함하여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은하를 모두 더해봐야 전체의 5%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모든 문제의 배후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을 괴롭혀온 유령이 숨어 있다. 찬반양론으로 갈려 숱한 논쟁을 야기했던 그 유령의 정체는 다름 아닌 “다중우주”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 우주가 “각기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여러 개(또는 무한 개)의 우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와인버그의 꿈은 아무래도 악몽으로 변한 것 같다. 끈이론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우리의 우주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기 때문이 아니라, 유연성이 너무 탁월해서 반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십 년 후, 차세대 미래형 충돌기에서 초대형입자가 발견되거나 힉스입자를 구성하는 더 작은 입자가 발견된다면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더 많이 알게 된다”는 환원주의의 기본원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물리학과 환원주의의 동맹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흥미로운 경우는 미래형 충돌기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경우이다. 초대칭도, 여분차원도 없이 평범한 힉스입자만 존재한다면 환원주의는 박물관으로 갈 것이고, 물리학자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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