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통찰, 김성준, 클라우드나인, 2023(초판 5쇄)
리더의 실행력은 ‘목표’라는 키워드가 핵심입니다. 실행하고 성과를 내는 그 모든 행위의 정점에 목표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목표라는 중심 키워드에 다른 단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언어 네트워크language network를 살펴보면 리더가 실행하고 성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행동을 관찰할 수 있을 겁니다.
피터 드러커가 ‘문화는 아침으로 전략을 먹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고…
학자는 ‘조직문화organizational culture’와 ‘조직풍토organizational climate’를 구분합니다.
문화연구자의 대표 주자인 에드거 샤인Edgar Schine은 조직문화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조직문화는 한 집단이 외부환경에 적응하고 내부를 통합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집단이 학습하여 공유된 기본 가정shared basic assumptions으로 정의될 수 있다.”
헤이즐 마커스Hazel Rose Markus와 시노부 기타야마Shinobu Kitayama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어떻게 상정하느냐가 사회 문화를 구성하는 토대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나와 타인’의 관계가 두 가지로 나뉜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독립적인 나’ 그리고 ‘다른 사람과 상호의존적인 나’입니다.
미국에서는 “삐걱거리는 바퀴가 기름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하는 바가 있으면 시끄럽게 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반면 우리나라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둥글게 어울려 살아야지 혼자서 잘났다고 나대면 탈이 난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습니다. “위로 솟는 말뚝이 망치로 두들겨 맞는다.” “삐죽 솟은 못이 맞는다.” 주변 사람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이 깔렸기에 눈치를 보는 법을 먼저 배웁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집단적으로 희로애락을 겪을 때 회식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의례,의식’ 같다고나 할까요?
직장인들이 사는 세상은 ‘공유된 실재’이기 때문에 조직이론가로 명성이 높은 칼 와익Karl E. Weick은 의미 창출의 연속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센스 메이킹Scense making이라 불렀는데 조직 안팎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게 왜 발생했는지, 그게 나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지속해서 추론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모호하거나 복잡해 보이는 상황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노력입니다.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물질세계에서는 쉬운 개념이지만 수평이라는 말이 관념 세계로 넘어와서 문화와 호응이 되면 골치 아파집니다. 수평적 문화라……. 도대체 무엇이 수평이라는 것인가요? 직급이? 권력이? 인격이? 의사결정의 범위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수평적 문화가 도대체 무엇인지 톺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잡지에서는 벤처 기업 아이비즈넷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회사 구성원 한 명이 “안녕하세요? 아이비즈넷 2호입니다.”라고 소개하자 기자는 “네? 2호라고요?”라고 반문합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묻지요. “이 회사에는 직급이 없어요?” “네. 저는 그냥 2호입니다.”라고 답변합니다.
우리회사에서는 어떤 영역에서 ‘수평’이고 어디는 ‘비수평’인지, 어디까지는 자율이고 어디부터는 비자율인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 구성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평적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렸지만 ‘수평’은 물질세계에서는 쉽지만 관념세계에서는 어려운 개념입니다. 사람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큽니다. ‘수평적 문화’를 최상의 복지로 내세우고자 한다며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에서 말하는 수평적 문화란 이것입니다.’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이브는 이렇게 회고합니다. “스티브가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딱 30분이었습니다.” 그토록 중요한 문제를 직관적으로 결정하는 잡스에게 감탄을 금치 않았습니다.
대기업의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는 두 가지입니다. 위에서 아래로는 ‘지시’이고 아래에서 위로는 ‘논리’로 움직입니다. 구성원이 새로운 일을 추진해보려 하면 아래에서 위로 층층이 서 있는 리더를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이 안 되면 일을 진척시킬 수 없습니다. 관리자는 이런 질문부터 합니다. “그걸 왜 해야 하지? 그 논리는 뭐지? 윗분들을 설득할 수 있게 탄탄하게 보고서를 좀 만들어봐.” 일을 벌이고 추진하는 데 힘을 쏟아붓기보다는 논리를 세우는 일에 힘을 모두 소진합니다.
이전에 근무했던 글로벌 회사에서는 구성원이 성공에 이르는 경로가 비교적 다양했다고 말하면서 현재 조직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조직에서는 커리어 패스의 다양성이 없어요. 개인의 성공이란 오로지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는 것만 있더군요.”
“컴퓨터 주변기기가 필요하면 가져다 쓰도록 놓은 벤딩 머신이에요. 다른 회사에서는 마우스 하나 필요하면 절차를 밟아 총무과에 의뢰한다거나 법인카드를 들고 자기가 나가서 사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페이스북에서는 ‘포커스 온 임팩트’를 중시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본인 출입 태그 찍고 바로 가져다 쓰라고 이렇게 해놨어요. 컴퓨터 액세서리 구하느라 신경 쓸 시간에 포커스 온 임팩트하라고요!”
우리 조상에게는 노예 자체를 사서 그를 부리는 일이 익숙합니다. 일정 기간 특정인에게 일을 의뢰해 그 최종 결과물을 사는 개념은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경제 주체들이 컨설팅 및 용역 계약을 맺을 때 ‘최종 결과물’을 사는 개념이 아니라 그 ‘과정’을 사는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갑을병정으로 이어지는 외주 관계에서 ‘사람’을 사고 그들의 ‘시간’을 산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므로 갑은 그 계약된 동안 을병정에게 계약 범위를 넘어서는 이런저런 일을 시켜도 된다 믿습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사람이고 돈을 주고 산 시간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성원들을 서로 치열하게 경쟁시켰습니다. 협업보다는 경쟁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일과 성광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 게임에 더 몰두했습니다. 이러저러한 파벌이 나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부서 간에 서로 총을 쏘는 모습의 만화가 그려질 만큼 서로 폐쇄적이고 적대적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혁신은 뒷전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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