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했던 원국이는 맨 처음 이일을 왜 하고 싶어했을까 생각하면,
어려서부터 상상하는 게 좋았던 게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첫 연봉 2천 4백만원은 그때 기준으로도 적은 편이었는데 적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입사 첫 해에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직종은 아니니까.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기본적으로 상상에서 시작하는 일인데 왜 고통스러울까.
더군다나 상상하는 걸 본래 좋아하던 사람이?
그 이유는 통제되는 상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직업적 통제는 아마츄어일 때는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다.
이런 류의 생각이 안 좋은 쪽으로 고이면 '노예설'이 되는 거고
사람들의 생각이 주로 많이 모이는 쪽은 '클라이언트를 위해 생각(상상)하느라 나를 위한 생각(상상)을 할 시간이 없네'이다.
그래서 실험을 해본적이 있는데
일이 없을 때, 혹은 휴가 기간 '나를 위한 상상'을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시간이 나면 '클라이언트가 아닌 나만을 위한 이런 것 저런 것을 해보자' 생각했던 친구들은
시간이 나도 대부분 아무 것도 안 한다.
시간이 없어도 어떻게든 하는 친구들이 한다.
통제된 상상을 적극적으로 하는 행위를 다르게 해석하면 트레이닝이다.
내 맘대로 훈련해서 창의적 플레이를 완성하는 스포츠선수는 없다.
원하는 근육을 만들기 위해선 정교하게 통제된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
우리의 일은 상상의 방향과 범위 뿐 아니라 상상의 속도까지 통제한다.
더 빠르게 더 다양하게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새롭게.
달리기가 좋았던 어린이?는 커서 달리기 선수가 된다.
그리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또 그 지옥같은 하루 일과를 해낼 생각에 치를 떤다"
우사인볼트다.
어려서부터 상상하는 걸 좋아했던 우리는 이번 주말에도 상상하러 회사에 간다.
어떤 기분으로 갈지는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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