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는 크게 키맨과 실무자로 나뉠 수 있는데

키맨은 말 광고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임원이나 경영진 중에 있는 경우가 많고

실무는 실제로 에이젼시에게 OT와 방향성을 주고 에이젼시와 미팅을 통해 함께 광고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가는 사람 혹은 팀이다.

 

실무의 덕목은 두 가지가 있는데,

용감하고 소신 있게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 캠페인을 주장하는 타입과

반대로 키맨(최종보스)의 생각과 의향을 잘 읽고 비록 그 캠페인 자체의 매력이 떨어질지언정 보고가 잘 통과되도록 만드는 타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큰 기업이건 작은 기업이건 그리고 업종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광고 실무자는

자신의 소신보다는 최종보스(키맨)가 만족할 만한 캠페인을 지향하며 맞춰가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좋은 광고가 나오는 브랜드는 최종보스 자체가 광고 보는 눈이 뛰어나고,

그저 그런 뻔한 광고가 나오는 브랜드는 최종 보스 혹은 광고 아이디어를 품평하는 경영진 집단의 눈이 낮은 경우가 많다.

(혹은 이사람의 한 마디 저 사람의 한 마디를 모두 구겨넣은 보고서 같은 광고가 나오거나)

신기한 건 광고쪽을 전공하지 않은 경영자인데도 불구, 광고 보는 눈이 실무보다도 훨씬 탁월한 분들이 존재한다.

본능적으로 시장과 고객을 브랜딩 차원으로 파악하고, 대중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알며, 확고한 브랜드 철학을 지닌 분들인데 매우 소수이다.

 

그러므로 광고주 실무에게 남은 하나의 덕목은 최종보스의 생각과 의중이라도 읽어서

보고라도 수월하게 만드는 것인데....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이 능력조차도 이렇게 귀한 줄은.

 

문제는 광고주 실무자가 최종보스 혹은 키맨과 대화할 기회나 시간 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주 만나고, 작은 보고라도 자주 실행하고, 자주 얘기해야 최종 보스의 생각과 요즘 의향 등을 파악할 텐데

거의 캠페인 최종 보고 시점에나 보고를 하기 때문에 최종 보스의 감을 읽는 능력이 형편없다.

그렇다고 최종 보스가 실무자들의 '소신'을 믿고 따르지도 않는다.

평소 보스는 보스대로의 생각을 하고 있고(혹은 아무 생각 없다가 최종 보고 단계에서 생각을 시작하고),

실무는 실무대로 적합한 시안을 고민하고 정리해서

최종 보고 때 이들의 생각을 맞춰보는 식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OK. 운이 나쁘면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는 대부분 "보고를 해보니 키맨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래요"에서 시작한다.

 

내가 늘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부분인데.

그래도 우리 회사에 광고대행을 맡길 정도면 각기 자신의 업계에서 나름 잘 나가는 기업들인데도 이런데

대체 다른 회사들은 어느 정도란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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