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23(1판 44쇄)

 

 

 사람이 사람을 정의라는 이름 하에 심판하려 할 때 그 정의에는 보편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편 개전을 태도로 나타내는 자들도 있다. 이쪽이 다수파이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일부 사형 확정수가 보이는 것과 같은 어떤 열정에 이끌리는 후회와는 다른 것이다. 그야말로 종교적인 법열에 도달할 것 같은 열렬한 개전은 사형수에게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그러한 일련의 관찰에서 난고가 얻은 결론은 사형수가 죄를 참회했다 해도, 이는 사형 판결을 받았기에 일어나는 결과라는 것이었다. 즉 응보형 사상이 지지하는 사형 판결에 의해 목적형 사상의 목표인 회오의 정(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을 유인해 냈다는 공교로운 현상 말이다. 

 

 

 “남을 죽이면 사형이 된다는 것 정도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잖나.”

 “네.”

 “중요한 건 그 부분이야. 죄의 내용과 그에 대한 벌은 사전에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상태야. 그런데 사형당하는 놈들이란, 잡히면 사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굳이 저지른 일행들이야. 이해가 되나, 이 뜻이? 그러니까 놈들은 누군가를 죽인 단계에서 스스로를 사형대로 몰아넣는 거야. 잡히고 나서 울고 불고 해 봤자, 이미 늦어.”

 

 

 “왜 그런 바보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걸까? 그 따위 놈들이 없어지면 제도가 있으나 없으나 사형은 시행되지 않잖아. 사형 제도를 유지시키는 것은 국민도 국가도 아닌 남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 범죄자 본인이야.”

 

 

 “내각 개편이라니요?”

 “내각이 개편되면 법무 장관이 바뀔 수도 있겠지?”

 “법무 장관이 사형 집행을 명령하는 사람이죠?”

 “그래. 그놈들은 그만두기 직전에 명령서에 서명한다니까.”

 준이치는 세 번째로 물었다.

 “왜요?”

 “이빨 치료나 마찬가지야. 하기 싫은 일은 되도록 뒤로 미뤄. 그리고 뒤에서 더 이상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 한꺼번에 해치우는 거지.”

 “법무 장관에게 집행 명령이란 그 정도 차원의 일입니까?”

 “그렇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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