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황금가지, 2023(1판 38쇄)
“이것은 실제 애야기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은 보도하지 않는데, 말하자면 보도 차별이다. 선진국 보도 기관은 아프리카에서 사람이 몇 사람 죽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현지에서 빈발하는 대학살보다 고릴라 일곱 마리 죽은 사건이 더 크게 보도되는 형편이다. 뭐, 확실히 아프리카인은 멸종 위기종이 아니니까.”
“호주로 간 백인 이주자도 원주민을 사냥감으로 삼아 즐겨 잡았을 것이다.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섬에 있던 원주민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백인에게 사냥당해서 멸종했다.”
일본이 조선 반도를 무력으로 식민 지배한 것이 당시의 일본인들에게는 켕기는 구석이었던 탓에,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공포가 오히려 흉폭함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폭력이 한계치까지 달해 재일 조선인으로 착각하고 일본인을 살해한 일도 많았다.
질투에 휩싸여 농담인 것처럼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멸시하며 비웃는 얼굴을 계속 보는 동안 루벤스는 깨달은 바가 있었다. 지적으로 열등한 남자일수록 성적인 면에서 우위에 서려 하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근거리에서 적 병사와 조우한 미군 병사가 총의 방아쇠를 당신 비율이 얼마나 될 것 같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나온 질문에 루벤스는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
“70퍼센트 정도입니까?”
“아냐. 겨우 20퍼센트야.”
루벤스의 표정에 떠오른 놀람과 의심을 알아차린 심리학자가 덧붙였다.
“남은 80퍼센트는 탄약 보급 등의 구실을 찾아서 살인을 기피한 거야. 이 숫자는 일본군의 자살 공격에 당했던 경우조차 변함이 없었어. 최전선의 병사들은 자신이 죽으리라는 공포보다 적을 죽이는 스트레스를 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지…… 이 결과에 군은 당황했어. 병사가 도덕적이라면 그쪽이 곤란하지. 그래서 발포율을 높일 만한 심리학 연구가 시행되었고, 베트남 전쟁의 발포율은 95퍼센트까지 급상승했어.
“어떤 일을 했는데 그렇게 된 거죠?”
“간단해. 사격 훈련 때 표적을 원형 표적에서 인간형 표적으로 바꾸고 진짜 인간인 것처럼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게 했어. 거기다 사격 성적에 따라 가벼운 징계를 내리거나 보수를 주었지.”
“조작적 조건화군요.”
“그래. 쥐가 급사기 레버를 누르도록 만드는 것과 같아. 그런데…….”
심리학자가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적을 보면 반사적으로 발포한다’는 목적을 위한 이 훈련 방법에는 큰 결함이 있었다. 병사의 심리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발포하는 시점까지였던 데다 적을 죽인 후에 발생하는 트라우마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겨로가적으로 베트남 전쟁 귀환병들 사이에 대량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가 발생했다.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만 같은 종끼리 제노사이드를 행하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네. 이것이 사람이라는 생물의 정의야. 인간성이란 잔학성이란 말일세. 일찍이 지구상에 있던 다른 종류의 인류, 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도, 현생인류에 의해 멸망되었다고 나는 보고 있네.”
“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보다 세계 평화를 외치는 게 더 간단하지.”
“인간에게 선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네. 하지만 선행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행위이기에 미덕이라고 하는 걸세.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당연한 행동이라면 칭찬받을 일도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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