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자,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2023(2판 1쇄)
클로드는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장군들은 직계 가족들을 위한 자리만 얻게 될 거예요. 하느님과 노아조차도 모든 사람을 구하지는 못했지요. 아니, 어차피 그럴 마음도 없었겠지만.
전쟁이 운명이 아닌 시대, 비겁한 사람들과 부패한 사람들의 지휘를 받지 않는 시대, 조국의 경제가 간간이 제공되는 미국의 원조라는 점적정맥주사로만 명맥이 유지될 만큼 이렇게 엉망이 아닌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2분 동안 우리는 진심을 가득 담아 노래하면서 지난날을 안타까워하고 애써 시선을 돌려 미래를 외면했습니다. 배영을 하며 폭포 쪽으로 다가가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떠날 때쯤 마침내 비가 그쳤습니다 뇌수종 환자 같은 해병대원 3인조가 여자의 질처럼 어두컴컴한 곳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왔을 때, 우리는 습지의 어귀에서, 그러니까 노천 맥줏집의 출구인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뒷골목에서 마지막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사실 시내에 떠도는 뜬소문이라는 철로에 귀를 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할 수 있는 소식이었으니 말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비자와 여권과 철수를 위한 비행기 좌석 가격이 짐 꾸러미와 히스테리 수준에 따라 이미 수천 달러에 달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동포들은 설사 자신들이 천국에 있음을 알더라도, 지옥만큼 따뜻하지 않다고 투덜거릴 기회를 찾아낼 겁니다.
그 발코니에서는 사이공과 주변 지역의 비길 데 없이 황홀한 경치가 보였는데, 마침 거기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예광탄들이 밤중에 펑펑 소리를 내며 발사되는 동안 지평선 위로 새빨갛게 타오르는 롱빈의 탄약적치장을 지켜보고 있는 비동맹국 대사관 직원들은 물론이고, 도시가 죽어가면서 내는 소리를 듣고 기꺼이 도시의 체온을 재려는 외국 기자들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웃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총을 한 방 갈기고 싶은 강한 욕구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냥 그들의 저녁을 더 생동감 있게 해 주려고요.
클로드가 떠난 후에, 나는 철수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해병대원 한 사람이 휴대용 확성기를 입에 대고 정렬하라고 웅얼거렸지만, 줄서기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상황에서 우리에게 알맞은 방식은 팔꿈치로 밀치고, 거칠게 떠밀고, 밀고 들어가고, 난폭하게 미는 것이었고, 모두 실패하면, 뇌물을 주고, 알랑거리고, 허풍을 떨고, 거짓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쪽에는 초미니스커트와 망사스타킹에 진공 포장되어 있는 듯한 콜걸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증거로 삼을 만한 이런저런 일화, 무작위 추출법으로 수만, 어쩌면 수십만의 이런 창녀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열아홉 살 먹은 미군 병사의 음모에 붙은 진드기처럼 살며 달리 생계를 꾸릴 수단이 없는 가난하고 글도 모르는 시골 아가씨들이었습니다.
만일 함께 지낼 수만 있었다면 우리는 어지간한 크기의 자급자족적 공동체, 즉 미국이라는 정치적 통일체의 엉덩이에 난 뾰루지 같은 집단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누가 존 F. 케네디한테 게일어를 할 줄 알고 더블린을 방문한 적 있느냐고, 혹은 매일 밤 감자를 먹느냐고, 혹은 레프리콘에 관한 그림들을 수집하느냐고 물어봤던가? 그럼 왜 ‘우리’는 ‘우리’ 문화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거지?
대학살은 역겹습니다. 고문은 역겹습니다. 300만 명의 사망자는 역겹습니다. 자위요? 심지어 내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합의하지 않은 오징어를 가지고? 그리 심하게 역겹지는 않습니다. 나 자신은 만약 우리가 ‘살인’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자위’라는 단어를 말할 때만큼 많이 주저하며 웅얼거리게 된다면, 이 세상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단단히 맞물린 양쪽 엉덩이 사이에서 ‘빈번한 바람’이라는 작전명을 쥐어 짜낸 군 지휘관은 누구였을까요?
구호는 그저 주인 없는 정장일 뿐이에요. 누구나 그걸 입을 수 있다고요.
두더지를 땅굴 파는 놈으로 생각하는 건 스파이로서 두더지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거야. 스파이의 임무는 아무도 그를 볼 수 없는 곳에 몸을 숨기는 것이 아니야. 그러면 자신도 아무것도 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지. 스파이의 임무는 모든 사람이 그를 볼 수 있는 곳, 또 자신이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에 숨는 거야.
이 가운과 시트가 가벼웠음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잠이 무겁게 짓누르는 바람에 군용 모포처럼 따끔거리고 원치 않은 사랑처럼 답답했습니다.
그의 머리카락은 천체물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처럼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었고, 불룩 튀어나온 올챙이배는 벨트라는 댐 위로 흘러넘쳤습니다.
매초, 매분, 매시간이 정신병 환자의 입에서 떨어지는 침처럼 조금씩 흘러갈수록, 깊은 불안감, 이 텅 빈 사방 벽에서 과거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는 폐소공포증적인 감각이 몰려들었습니다.
여행 내내 나는 영화로 우리를 대변한다는 문제, 즉 재현이라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생산 수단이 없으면 때 이른 죽음을 맞을 수 있는데, 재현 수단이 없어도 죽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우리에게 재현이라는 수단이 없다면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기억이라는 합판 마루에 물을 뿌려 우리의 죽음을 모조리 씻어내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들은 장군이 나를 이끌고 간, 다리 바닥이 평평하지 않은 테이블만큼이나 심하게 비틀거리며 허둥댔습니다.
가득 차 있는 술병은 저마다 그 안에 메시지를 담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걸 마시고 나서야 발견하게 되는 뜻밖의 선물인 셈이지요.
이상주의자를 무력하게 만들기는 쉽습니다. 이상주의자에게 자신이 선택한 특별한 전투의 최전방에 가 있지 않은 이유를 묻기만 하면 됩니다.
여자에게 말을 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첫 발을 내딛는 것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혼잣말을 하지 않을 때의 유일한 문제는 자기 자신이야말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대화 상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자신보다 더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지만, 자기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오해하고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여기 구매 목록이 있네. 가서 좀 담아 봐. 그러면 우리가 그 구매 목록을 가지고 밤중에 마을로 들어가곤 했지.
그는 백인 남자였는데, 중년이라는 잔디 깎는 기계가 머리카락 사이로 전형적인 대머리라는 광활한 길을 내놓은 상태였습니다.
독방에서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다음 거미줄 쳐진 구석으로 가서 내게 말을 걸었던, 버려졌던 내 목소리가 돌아와 있었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댑티브 리더십 1부 발코니에 올라 _ 로널드 A. 하이페츠, 알렉산더 그래쇼, 마티 린스키 (0) | 2023.10.05 |
---|---|
듄의 아이들 _ 듄3권 _ 프랭크 허버트 (0) | 2023.09.15 |
제노사이드 _ 다카노 가즈아키 (0) | 2023.09.04 |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0) | 2023.08.25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0) | 2023.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