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웅진지식하우스, 2024(초판 18쇄)

 

 

 

 관람객들은 연어 떼가 강을 거슬러 오르듯이 중앙 계단을 올라와 마치 냇물에 박혀 있는 돌인 것처럼 나를 빠르게 스쳐 지나쳐간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모든 유물이 아주 본질적으로 그리고 강력하게 이집트적이다. 고대 이집트인들만큼 3천 년이 넘는 긴 시간 내내 그들답게 존재한 인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거북이처럼 흐르는 파수꾼의 시간에 굴복한 것 같다. 나는 이 시간을 소비할 수 없다. 그것을 채울 수도, 죽일 수도,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갤 수도 없다. 이상하게 한두 시간 동안이라면 고통스러울 일도 아주 다량으로 겪다보면 견디기가 수월해진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일이 끝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 할 삶에 적응해버렸다.

 

 

 눈이 연필이고 마음은 공책이다.

 

 

 식사를 끝내고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 세인트 막스 인 더 바우어리 교회 앞을 지나가는데 트로이가 내게 말했다. “있잖아, 정말 나쁘지 않은 직업이야. 발은 좀 아프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 데도 아프지 않잖아.”

 

 

 

 근처 하얀 벽에 구름처럼 희미하게 번져 있는 푸른색 무늬를 알아본다. 이것은 소위 “경비원 자국”이라고 불리는데 값싼 폴리에스테르 근무복을 입은 수백 명의 경비원들이 아픈 발을 쉬기 위해 벽에 기대면서 탄생한 작품이다.

 

 

 경비 일이라는 것이 “아무 할 일도 없는데 하루 종일 걸려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우리끼리 농담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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