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ISSUE 682, Everyday Triviality: Bus architects

 

 

 

회현리 주택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길의 건축’이라 하겠다. 밖에서부터 만들어온 시퀀스가 안으로 들어와서는 마치 상자에 밀어 넣은 기록 굵은 줄처럼 이리저리 접혀 있다.

 

 

 

OMA는 무엇보다 한정된 예산을 구조적 디자인에 사용하지 않고 다리의 너비를 넓히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다리 너비의 반가량(18m)을 보행자에게 내어줬다…. 이처럼 다리가 별다른 장식 없이 완성된 이유는 아이코닉한 건축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됐지만, 너비를 넓히고 보도와 차도 사이 단 차이가 하나도 없이 설계된 데에는 보행자와 자동차 간의 위계를 재설정하고 있는 유럽의 도시 경향과 연관한다. 

유럽에서는 차도를 길 끝으로 내몰고, 보도를 길 한 가운데로 끌어오는 등의 급진적인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태원의 흔한 계단 골목길에도 법규는 적용된다.

<건축법>에서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의 도로’로 정의되며 대지는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도시와 건축물을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으로 보기보다 효율적인 차량 통행을 위한 기능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오래된 경사지에서 살아온 주민들도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기보다 대부분 ‘대규모 재개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이러한 고립된 경사 대지가 지속 가능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자생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대지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도로와 단차가 있어서 윗길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적도로는 끊어져 있지만 경리단길의 동네 사람들은 우리 대지의 아슬아슬한 계단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기존 길을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로 인정하고, 길의 중심에서 2m씩 밀어 4m를 확보해야 했다. 

 

예전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숫자보다는 ‘골목 끝집’이나, ‘계단 위 붉은 대문집’처럼 그 특징적 모습으로 불렸다. 요즘의 주소나 층수, 호수 등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숫자는 경리계단길 건물에서 난독을 불러온다. 이곳이 오래된 동네의 ‘계단 위 테라스 앞집’이나 ‘윗길에서 내려오면 처음 보이는 가게’처럼 풍경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파리시의 계획은 올림픽을 기회 삼아 각종 공사를 한 후, 시민의 여름철 수영을 위해 센강을 개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의 가장 허술했던 점은 수질 문제를 단순히 인체에 해로운 대장균관 장구균, 오직 두 개의 수치만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폭우 속에서 ‘무대는 계속된다’는 정신으로 강행된 센강 개막식 이후, 곳곳에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견식 없는 비판이라는 엘리트적인 발언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이에 파리 내 실제 사정을 글로 담아보려고 했으니 쉽지는 않았다. 파리의 다소 허망해 보이는 도시 정책들은 실제로 파리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이 공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외기 설치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에어컨 하나 없이 더위에 시달리며 단 며칠 밤이라도 지새워 봤다면, 파리지앵들이 왜 센강에라도 뛰어들고 싶어하는지 공감이 되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 불리던 샹젤리제 거리가 관광객과 자동차의 전유물이 되어 공공의 기억 속에서 일종의 불모지가 됐다면, 재벌 총수의 돈을 들여서라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서방 국가 중에는 가장 밀도가 높은 수도, 파리에서 일인당 9.5평(서울 평균 10.5평)도 안 되는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면, 적어도 아이들이 등굣길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이번 파리 올림픽을 프랑스인들이 전 세계에 우월함을 과시하는 쇼였다고 평했다. 하지만 자동차 중심 도시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기 위해 올림픽이라는 명분으로 평상시에는 너무 도발적이라고 비판받았을 정책들을 대범하게 실험해 본 것은 아닐까? 화려한 무대 장식, 그 이면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고민과 실험이 담겨 있었다고 짐작해본다.

 

 

 

2023년 통계청의 <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주택 중 19.8%가 다독주택이다. 그리고 이 단독주택은 법적으로 다가구주택과 영업 겸용 주택, 즉 상가주택을 포함한다. 우리가 단독주택 하면 떠올리는 한 가구만이 거주하는 단독주택은 13.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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