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 줌파 라히리, 마음산책, 2023(1판 14쇄)

 

 

 

 늘 그렇듯이 자신이 느끼는 좌절감의 원인이 주로 우다얀의 대담함인지 아니면 대담함이 부족한 자기 자신인지 확실치 않았다.

 

 

 수입한 이념으로 인도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는 의식을 치르듯이 검은 돌로 만들어진 실험대 위에 편지를 올려놓은 다음 성냥을 켰다. 편지의 가장자리가 검게 타들어가면서 동생의 말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플라톤은 철학의 목적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어요.

 우리가 살아있지 않다면 배울 것도 없어.

 

 

 그는 마음속에 이미 그녀의 일부를 담아버렸다. 허락도 없이 그녀에게서 뽑아간 것이었다.

 

 

 세상은 조용했다. 단지 바다가 낮은음으로 숨 쉬는 소리뿐이었다.

 

 

 그는 한 장소에 엄청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사는 냄새가 짙게 풍겼다.

 

 

 느닷없이 홀리가 떠올랐고, 그녀의 부엌 식탁에서 먹었던 저녁 식사가 생각났다. 자신의 인생에 끼어든 그 짧았던 격정이 지금은 사소하게 느껴졌다. 로드아일랜드에서 열심히 모으다가 그만둔 돌멩이처럼 사소해 보였는데, 잠깐 돌멩이를 움켜쥐었다가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서 바다에 던져버리듯이 그는 그렇게 그녀를 보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그녀가 깨달은 것은 공간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여행한다는 것이었다.

 

 

 우다얀은 혁명을 원했지만 집에서는 남들이 해주기만을 기대했다. 식사 시간에 그가 하는 거라곤 자리에 앉아서 가우리나 어머니가 그 앞에 접시를 놓아주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직은 거의 살아본 적이 없는 아기의 일생이 이미 그녀의 일생을 앞질러 갔다. 이것이 부모의 논리였다.

 

 

 시간은 물리적 세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마음의 이해력 안에 존재하는가?

 

 

 팔이 너무 가늘어진 몇몇 여자들이 그들의 유일한 장신구인 결혼 팔찌가 흘러내려서 빠지지 않게 하려고 팔꿈치 위로 팔찌를 밀어 올리던 모습을 기억한다.

 

 

 벨라는 그를 따돌리고 혼자서 자신의 존재를 확립해나갔다. 이것은 큰 충격이었다. 자신은 벨라를 보호하고 벨라를 안심시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수바시는 내팽개쳐진 느낌이었다. 가우리에 이어 다시 배척당하는 느낌이었다. 이제 혼자이니 아빠로서의 자신감이 흔들려서 자기도 모르게 권위를 행사할까 봐 두려웠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볼 기회를 그에게 허락하지 않고, 낯선 사람들만 있는 병실에서 홀로 죽었다.

 

 

 그는 주차하고 나서 이 지역의 아늑한 내장 속으로 혼자 걸어 들어갔다.

 

 

 벨라는 그 상황에서 필요한 신념의 도약을 위해 잠시 말을 멈추고, 한 번 더 숙고하고, 얘기를 꺼낼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 기사들은 다른 어떤 날의 기사일 수도 있다. 클릭 한 번만 하면 뉴스 속보에서 수년 전의 기사로 옮겨갈 수 있다. 매 순간 과거는 현재와 더불어 존재한다. 벨라가 어렸을 때 생각한 어제의 정의와 비슷한 데가 있다.

 

 

 밤이 되면 그와 그의 동지들은 숨어 들어가 간이침대나 곡물자루에서 잤다. 모기떼가 그들을 괴롭혔다. 모기들은 천천히 움직여서 물었다. 뼛속까지 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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