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자,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2023(1판 1쇄)

 

 

 

 

 의리는 이게 문제야. 보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골칫거리가 될 때까지는 훌륭하지.

 

 

 그냥 나를 야구 방망이를 든 보들레르라고 생각하면 돼. 우리에게 자신의 소중한 루이빌 슬러거를 보여주며 그가 말했습니다.

 

 

 부자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들은 지식인이에요.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다면 부자야.

 

 

 눈이 영혼의 창이라면, 그의 눈에는 암막 커튼이 쳐져 있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은 더없이 평온해졌습니다. 나는 보트가 파도를 타고 하늘로 솟구치는 동안, 그 위에서 그와 똑같은 고요를 느꼈습니다.

 

 

 그날 밤 당고모와 나는 최상급 해시시를 피우고 최상급 오메도크 와인을 마시며 최상급 미국 재즈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프랑스인들은 그 검푸르게 멍이 든 듯 우울한 음악을 몹시 편애했습니다. 그 감미로운 음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미국의 인종 차별을 생각나게 하고, 그 덕분에 편리하게도 그들 자신의 인종 차별을 잊게 해 주었으니까.

 

 

 

 호찌민의 조각상이 있다면, 그 조각상의 받침대에 새겨 넣어야 할 얘기죠. 다만, 진실이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 공개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지만요. “우리가 권력자들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우리를 학대할 프랑스인들이나 미국인들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는 스스로를 정말 잘 학대할 수 있거든.” 그녀가 마저 외웠습니다. 

 

 

 매춘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직이라면, 강간은 세계 최초의 범죄였습니다.

 

 

 혁명을 믿는 사람들은 아직 혁명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그저 잡담을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잡담은 원래 깊은 우물에서 퍼 올리는 법입니다.

 

 

 우리는 도리질을 했고, 그러자 머릿속의 액체가 출렁이며 철벅거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벽장으로 가더니, 원형의 파란색 덴마크 버터 쿠키 통을 찾아서 가져왔습니다. 보스가 우리에게 먹어보라고 권하며 내놓았던 통과 같은 것이었을까요? 본은 그 통을 열어, 가장 달콤한 쿠키이자 남성을 위한 최고의 인공 보철물, 즉 속사가 가능하고 영구적으로 딱딱한 권총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끼리만 하는 얘긴데 말이야. 이게 CIA의 비공식 표어야.

 그들이 우리를 엿 먹이기 전에 먼저 그들을 엿 먹여라

 

 

 언젠가 네가 네 몸에서 가장 학대받는 부위가 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 정정하지. 가장 학대받는 부위는 나야! 엄밀히 따지면, 나는 네 양심이자 의식으로, 네 몸의 일부는 아니지만 말이야.

 

 

 젤리처럼 곤죽이 된 그의 뇌는 일찍이 내가 본 적이 있는 모든 뇌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니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없었을까요? – 탕! 탕! 탕!

 

 

 모든 국가는 예외 없이 항상 시신의 여러 부위를 처리했습니다. 우리의 망각이라는 대규모 집단 무덤이 없었다면, 우리가 달리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요?

 

 

 내가 실상을 알려주죠. 호찌민이 성자가 된 건, 무정부주의자들을 포함해서 그의 좌우에 있는 모든 적을 죽였기 때문이에요.

 

 

 사무실 안에는 저장실로 통하는 문이 있었고, 그 저장실 안에는 창문 하나 없이 텅 빈 동굴 같은 방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문이 있었는데, 그 방은 와인과 고문에 알맞게 적당히 추웠습니다.

 

 

 노른자에서 흰자를 분리하려면 달걀을 깨트려야 하는데, 너는 이미 깨져있어.

 

 

 내 젊음이라는 보조 추진 로켓은 오래전에 중년의 궤도로 오는 길에 버려졌던 겁니다.

 

 

 널찍한 아파트까지 포함해서 네가 본 대부분의 프랑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보스의 아파트에는 화장실이 하나뿐이었는데, 그것은 베트남 기준으로는 괜찮았지만, 미국에서는 심지어 중산층 기준으로도 원시적이었다. 미국인들은 영리하게도 변기가 역류할 경우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들은 똥을 보는 데 대한 불안은 있었지만 뚱뚱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고 프랑스인들은 그 반대였다.

 

 

 그녀는 몸에 딱 달라붙는 빨간색 가죽 캣 슈트로 아이에게 침범당하거나 점령당했던 흔적 하나 없는 몸매를 드러낸 라나였다.

 

 

 왜 울지 않는 거야?

 만은 속눈썹도 눈썹도 없는 붉어진 눈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난 이제는 울 수가 없어. 눈물관이 타서 막혀버렸어. 그는 작은 약병을 꺼내 양쪽 눈에 투명한 액체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그가 몇 방울씩 계속 떨어뜨리자, 결국 눈에 가득 고인 눈물 약이 넘쳐서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금은 이게 내가 우는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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