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VOL.98, UNIQLO

 

 

 

 소셜 미디어에서 매일 알려주는 세상의 트렌드보다 나의 일상이 주는 행복에 더

 

 

 그들은 스웨터를 만들어 놓고 스웨터에 왜 이런 기능을 넣었는지에 집중해요. 스웨터가 아이리시 피셔맨 Irish Fisherman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식의 특정 문화를 소비자에게 말하는 것은 유니클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거예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유니클로만의 독특함이라고 생각해요. 이른바 ‘무국적의 옷’을 선보이는 것이죠.

 

 

 방금 ‘테크노 유토피아 Techno-Utopia’라는 용어가 떠올랐는데요, 1930년대 독일 건축가들이 이야기한 아이디어로 아름다운 것도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니클로는 어떤 면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품질이 좋은 세련된 옷을 갖기 위해 반드시 부자일 필요는 없어요”라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죠.

 

 

 “모교에서 객원교수로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패션 디자이너를 목표로 하는 학생 중 꼼데가르송이나 이세이 미야케 같은 브랜드가 훌륭하다고 생각해도 실제 그 브랜드 제품을 사본 학생은 많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유니클로는 SPA 브랜드라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도 사보지 않은 아이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자신의 돈을 내고 사본 적 있는 게 패션이라고 한다면, 유니클로는 그런 의미에서 패션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콘셉트는 집 없는 벌레를 연구하는 과학자 또는 숙취로 고생하는 대타강사입니다.(웃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심했죠. ‘일본 제일의 창고 정리를 해보자’, ‘엘리트의 창고 정리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말이죠.(웃음) 극단적일 정도로 창고를 깔끔하게 관리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특별한 일이 일어나더군요. 누가 어떤 상품의 재고를 물으면 확인하지 않아도 어디 있는지 알게 된 거예요. 당시에는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았거든요. 창고 정리 같은 일도 극에 달할 정도로 열심히 하면 새로운 차원이 열린 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직도 기억하는 <뉴욕타임스 The New York Times) 기사가 있어요. 점점 아버지들이 BMW나 벤츠를 구입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주방 리모델링에 투자하고, 홀 푸드 마켓 Whole Food Market에서 유기농 고기나 채소를 사 직접 요리해 친구나 가족과 식사를 즐기는 시간을 5성급 호텔에서의 경험보다 값지게 여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중의 니즈가 어떤 것보다 삶의 질로 옮겨가고 있었고,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곧 패션업계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는 옷에 개성이 있는 게 아니라, 입는 사람이 개성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유니클로 디자인을 베이식하거나 심플하다고 말합니다만, 유니클로가 이런 디자인을 하는 것도 입는 사람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 그저 단순하다고 다 되는 건 아닙니다. 희샌 티셔츠 한 장도 소재와 실루엣에 따라 천차반별이니까요.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있는데요, “표면적 디자인은 마이너스 액티비티 minus activity를 취하되, 옷의 내면은 플러스 액티비티 plus activity를 구현해야 한다

는 겁니다 

 

 

 <보그 스칸디나비아>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클로의 가격은 저렴하지만 프로세스는 럭셔리하다”, “패스트리테일링지미만 우리는 꽤 느리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 럭셔리 브랜드도 1년에 네 번 정도 컬렉션을 선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지 않으면 기일을 맞추기 어렵거든요. 유니클로도 계절별로 나눠서 옷을 만들기 때문에 요구되는 바가 비슷해요. 하지만 우리가 럭셔리 브래드보다 훨씬 많은 피팅과 조정을 거듭하는 걸 보고 놀란 거죠. 특히 샌더와 협업하며 유니클로는 옷을 만드는 데 이전보다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제작 과정의 사치스러운 시간은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합리적 가격이지만 프로세스는 럭셔리하다는 의미였어요. 회사 이름은 패스트리테일링이지만 정중한 태도로 옷을 만든다는 거죠.

 

 

 처음에 야나이 회장으로부터 유니클로를 편집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편집’이라는 건 콕 집어 잡지를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지금 유니클로에 있는 것들을 잘 정리해 사람들에게 전달해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편집에 대한 사고방식에 굉장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유니클로 이전까지 제게 편집이라는 행위는 곧 잡지를 만드는 일 정도였는데, 유니클로라는 브래드 전체를 편집해달라고 제안하니 ‘아, 이건 새롭다’라는 느낌이었어요.

 

 

 지난 일요일에 집 근처 세타가야 미술관(Setagaya Art Museum)에서 민예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전시회 도록에 “아름다움은 생활 속에 있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민예를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유니클로의 옷과 어떤 관계가 있다기보다 이런 민예의 사고방식을 굉장히 좋아해요. 1926년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 Muneyoshi Yanagi가 주창한 ‘요노비’라는 말이 있는데요, 요약하자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 안에 아름다움이 숨어 있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특별한 예술이 아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컵 같은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일본인이 정의하는 민예예요…. 작년 유니클로 광고 캠페인에서 자주 사용한 말이 “일상복의 날들이 인생이 된다”였는데, 제 개인적 생각일 수 있지만 이런 유니클로의 이념과 민예의 개념이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맥락없이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유니클로의 옷이 멋지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을 지양합니다. 대신 제품의 문화적 영감을 꺼내죠. 예를 들어 이번 시즌을 대표하는 상품의 컬러가 20세기 미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의 작업에서 비롯했다는 것이 저희에게는 더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야나이 회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라이프웨어는 고객이 착용하기로 결정할 때 비로소 라이프웨어가 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유니클로에서는 2016년 ‘우리는 왜 옷을 입나요?(Why do we get dressed?)’라는 캠페인을 통해 옷을 입는 행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옷을 구매하라고 유도하는 대신 그 가치를 각자가 재고해 옷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한 거죠.

 

 

 “위험을 감수한다는 건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실패해도 괜찮을 정도의 우험을 계산한 다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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