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24(1판 67쇄)
서머셋 몸 Somerset Maugham은 “어떤 면도의 방법에도 철학이 있다”라고 쓰고 있다.
더 쓸 만 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세월이 흐르고, 학생들의 얼굴이 바뀌고, 내가 10년의 나이를 더 먹고, 말 그대로 많은 물이 다리 밑으로 흘러갔다.
달리고 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여러 가지 크기의 구름. 그것들은 왔다가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하늘은 어디까지나 하늘 그대로 있다. 구름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그것은 스쳐 지나서 사라져갈 뿐이다. 그리고 하늘만이 남는다. 하늘이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명확했다.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달리기 양의 부족.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나는 매일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맥박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긴 거리를 달린다고 하는 기능에 맞춰 신체가 맥박 수를 조정한 것이다. 처음부터 맥박이 빠르고 그것이 거리를 달려감에 따라 점점 올라간다면, 심장은 바로 파열해버린다. 미국의 병원에 가면, 우선 간호사에 의한 예비 진단과 같은 절차가 있어서 맥박을 재는데 언제나 “아, 당신은 러너군요”라는 말을 듣는다. 장거리 주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모두 비슷한 맥박 수로 되어가는 모양이다.
우리가 소설을 쓰려고 할 때, 다시 말해 문장을 사용해 이야기를 꾸며 나가려고 할 때는 인간 존재의 근본에 있는 독소와 같은 것이 좋든 싫든 추출되어 표면으로 나온다. 작가는 다소간 그런 독소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위험을 인지해서 솜씨 좋게 처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와 같은 독소가 개재되지 않고 참된 의미의 창조 행위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술 행위라고 하는 것은 애당초 성립부터 불건전한 반사회적 요소를 내포한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이지만 오랫동안 직업적으로 소설을 써나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와 같은 위험한 체내의 독소에 대항할 수 있는 자기 면역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강한 독소를 바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이라는 것은 훨씬 자발적이고 구심적인 것이다. 거기에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활력이 있어야 한다.
1킬로 6분의 조깅 페이스를 유지하면 100킬로는 10시간에 주파할 수 있다.
죽는 날까지 열여덟 살로 있으려면 열여덟 살에 죽지 않으면 안 된다.
레이스가 끝난 후 샘 아담스 생맥주를 실컷 마시는 것이 언제나의 즐거움이지만 이번에는 별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내장의 안쪽까지 완전히 지쳐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느 쪽이냐 하면, 특수한 인종인 것이다. 생각해보기 바란다. 선수들의 거의 대부분이 일가 가정을 갖고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그 위에 수영과 사이클과 마라톤 연습을 – 그것도 꽤 격렬한 연습을 – 일상적으로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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