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민음사, 2023(1판 13쇄)
장담하건대, 종말을 원하는 중학교 2학년이 그렇지 않은 중학교 2학년보다 많을 것이다.
그날 내린 눈은 오랫동안 녹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내가 기울이는 방향대로 안쪽 세상에 눈, 꽃가루, 반짝이, 비즈가 쏟아졌다. 손안에 쏙 담기는 세상을 보니 꼭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멋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세상, 하지만 쉽게 부서지지 않는 세상.
불쌍한 취급을 받는 것보다는 욕을 먹는 게 나았다.
나는 늘 셋이 친하면 제일 덜 친한 하나 쪽에 속하는 애였는데 이월 앞에서는 그런 걸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내 선택으로 후회할 일도 없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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