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Nudge,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리더스북, 2009(초판 24쇄)
만일 당신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때 사용하는 투표용지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당신 역시 선택 설계자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준선’은 넛지의 기능을 한다. 우리는 당신의 사고 프로세스의 출발점을 아주 미묘하게 제시함으로써 특정한 상황에서 당신이 선택하는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대법관 포터 스튜어트(Potter Stewart)는 포르노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보면 안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유사하게 유혹은 정의하기보다 인식하기가 더 쉽다.
참고로 얘기하면, 넥타이는 원래 냅킨으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모종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 자신의 감각적 증거를 무시하고 집단을 따랐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애시의 실험에서 사람들이 다시는 보지 않을 만한 낯선 사람들의 결정에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즉 그들에게는 실험에 참가한 낯선 사람들에게 환심을 살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이 이따금씩 자신의 감각적 증거를 무시하는 정확한 이유는 무엇인가? … 첫 번째 답은 사람들의 답변에서 모종의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이며, 두 번째 답은 동료들의 압력과 집단의 비난을 마주하지 않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수많은 집단이 ‘집단 보수주의(collective conserva-tism)’, 즉 새로운 필요가 대두되고 있는데도 집단이 기성의 양상을 고수하려는 경향의 늪에 빠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단 (넥타이를 매는 등의) 한 가지 관행이 확립되면, 설사 특별한 근거가 없다고 해도 그것이 영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이다. 다원적 무지는 타인이 생각하는 바의 일부 혹은 대부분을 주지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종종 어떤 관행이나 전통을 따르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거나 옹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 대부분이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실험이 주는 교훈은,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셔츠에 얼룩이 묻었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필경 눈치 채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분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대한다고 생각하는 바에 부합하려 노력한다.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할 경우, 혼자 먹을 때보다 약 35%를 더 먹는다. 네 명이 함께 식사할 경우에는 75%를 더 먹으며, 일곱 명 이상이 함께 식사할 때에는 96%를 더 먹는다.
- 닭을 기르는 동료 한 명은 닭들 역시 똑같은 행동양상을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물리도록 모이를 많이 먹은 닭도 옆 닭장에 굶주린 닭이 들어오면 또 다시 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제 전반적인 교훈은 명백히 드러났다. 선택 설계자들은 행동 변화를 원할 경우 그리고 넛지를 사용해서 이를 실현하고 싶을 경우, 그저 사람들에게 다른 이들이 행하고 있는 바를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 정당들을 위한 힌트: 투표율을 높이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하지 않았다고 불평해선 “안 된다”.
우리는 대개 우리가 취한 선택안에 대해서만 피드백을 받을 뿐, 우리가 거부한 선택안들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 직접 나가서 실험을 해보지 않는 한,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안들에 대해서는 결코 학습하지 못할 것이다.
20년이면 주가는 거의 확실하게 올라가게 마련이다.
빈스와 립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리스크에 대한 태도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빈도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케니 로저스(Kenny Rogers)는 자신의 유명한 노래 ‘도박사(The Gambler)’를 통해 이렇게 조언한다. “테이블을 떠나기 전에는 절대 돈을 세지 말아요. 게임이 끝나면 돈을 셀 시간이 충분히 있을 테니.”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훌륭한 조언을 저버린 채 주식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이 충분히 실수일 수 있다고 믿는다. 투자자에게 오랜 시간에 걸친, 일테면 (대다수 투자자들이 한계로 생각하는) 20년에 걸친 주식 및 채권의 리스크를 기록한 증거를 보여주면 거의 모두가 주식 투자를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리사 뮬브로크(Lisa Meulbroek)(2002)의 추정에 따르면, 자사주의 1달러는 가치 면에서 뮤추얼 펀드의 1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시 말해서 회사가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떠넘길 경우, 직원들은 달러당 50센트만 받는 셈이 된다. 결론은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자사주보다 분산 투자된 뮤추얼 펀드에 투자할 때 훨씬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힌트: 당신의 회사에 퇴직금의 1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분산투자해라).
신용시장에서 공정거래로 명성을 쌓아야 한다는 인센티브를 가진 사람들은 부유한 의뢰인을 상대하는 모기지 중개인들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중개인들은 종종 부당하게 돈을 버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드라젠 프랄렉(Drazen Prelec)과 던컨 시미스터(Duncan Simister)(2001)의 연구 결과, 사람들은 보스턴 셀틱스(Boston Celtics) 농구 경기 입장권 경매에서 현금으로 지불할 때보다 신용카드로 지불할 수 있을 때 기꺼이 2배의 금액을 지불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분야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의 폭넓은 접근법이 제안된 바 있다. 첫 번째는 오염시키는 사람들에게 세금이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측면에서는 간단한 예로 많은 환경주의자들(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지지하는 온실 가스 배출 세금을 들 수 있다. 두 번째 접근법은 이른바 ‘배출 총량 거래제(cap-and-trade system)’, 즉 시장 거래를 통해 오염시키는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의 오염 ‘권리’를 부여하는(혹은 판매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센티브 기반 시스템이 지휘통제 방식의 규제를 대부분 대체해야 한다고 믿으며, 우리 역시 여기에 동의하는 바이다.
유해화학물질 배출목록이 이처럼 유익한 효과를 발휘한 이유는 정확히 무엇일까? 한 가지 주요 이유는 환경을 걱정하는 단체들과 일반 언론 매체가 최악의 법률 위반자들을 겨냥하여 일종의 ‘환경 블랙리스트’를 창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적 넛지의 훌륭한 예가 된다. 어떤 기업도 이러한 리스트에 오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평판이 나빠지면 주가 하락을 포함하여 온갖 종류의 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배출량 감소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더 좋은 점은 기업들에게 애초부터 이 리스트 오르지 말아야 한다는 동기가 부여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는 일종의 경쟁이다.
라벨은 환경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막대한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정확히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관련 개념들이 몹시 추상적이고 불가해하기 때문이다. … 일본은 이 같은 사실을 깨닫고 대중에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소비재에 라벨을 붙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표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이 시행될 경우 음료수에서부터 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에 이산화탄소 배출량(혹은 제조나 배송 과정에서 배출된 지구 온난화 유발 물질의 양)이 표시될 것이다.
핵심은, 에너지 사용량을 가시화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에너지 절약을 강요하지 않고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넛지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 단체들은 그들이 성별과 종교, 연령, 여타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인정할 수 있는 결혼의 기준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동성 커플 중 다수가 서로와 평생 함께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널리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동시에 종교 단체의 자유까지 존중하기 위해서 결혼이 그 자체로 완전히 민영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바이다. 우리의 제안하는 제도에서는, ‘결혼’이라는 단어가 어떠한 법률에도 언급되지 않으며, 결혼 허가증이 더 이상 연방 정부나 지방 정부에 의해 제공되지도, 인정되지도 않는다. 정부와 종교 단체들은 제각기 각자의 의무를 이행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결혼’이 공식적 (법적) 지위와 종교적 지위를 모두 언급한다는 사실 때문에 발생하는 모호성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접근법이 적용될 경우, 주 정부가 커플들에게 수여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지위는 ‘시민 결합(civil union: 현재는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말로 사용된다 – 옮긴이)’이다. 이것은 이성과 동성에 관계없이 어떠한 두 사람의 동거 협약을 의미하는 말이 될 것이다. 결혼이 종교 단체나 여타의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극도로 사적인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제재가 완화되면 결혼을 허락하는 조직들은 나름의 기준에 따라 결혼에 대해 원하는 규칙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회는 해당 교회의 신도들끼리만 결혼하도록 결정할 수도 있고, 스쿠버 다이빙 클럽은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들만 해당 클럽에서 결혼식을 올려준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모든 부부관계를 정부에서 인정하는 결혼이라는 획일적 토일 정책으로 돌리기보다는 각 커플들이 자신의 니즈와 열망에 가장 부합하는 결혼 허가 조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혹하게도 주 정부는 결혼에 따르는 이러한 물질적 권리와 의무들을 결혼 상태와 관련된 상징적이고도 의미심장한 혜택들과 연관 짓는다. 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의미심장한 상징적 혜택들을 결혼의 의미와 상당 부분 연결 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공식적인 결혼 허가 제도가 더 이상 오늘날의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우선 주 정부가 운영하는 결혼 제도는 성적, 인종적 차별의 차원에서 극심한 불평등의 과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과거는 기존의 결혼제도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가 없다.
정부를 통해 운영되는 결혼제도는 본래 성적 행위와 자녀 양육을 모두 허가해주는 정부의 한 수단이었다.
역사적으로 공식적인 결혼제도가 생겨난 주요 이유는 결혼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 생활 탈퇴를 단속하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이 배우자에 대한 약속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는 얘기다.
사회적 관습과 그것을 반영하는 법률들이 종종 고수되는 것은 그것들이 현명해서가 아니라 종종 자기통제 문제를 겪는 인간들이 단순히 다른 인간들을 따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선택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런데 자유 애호가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저항하는 선택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인가? 웨이터에게 주문한 저녁식사에 어울리는 좋은 와인을 한 병 골라달라고 요청했는데, 그가 반드시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대답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정보 및 교육 캠페인의 경우, 심리학의 주요 교훈 가운데 하나는 설계자들이 ‘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무리 철저하게 노력해도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중립적’이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의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효과적인 전략 한 가지는 구내식당에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거울 속의 자신을 봤을 때 뚱뚱하다고 생각되며 먹는 양을 줄이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것은 괜찮은가?
… 패스트푸드점에 날씬해 보이는 거울을 비치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투표용지에는 후보자들이 모종의 순서에 따라 나열되게 마련이다.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후보자가 유리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가 초당파주의(bipartisanship)의 믿음직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환경보호나 가족법, 학교 선택권 등을 포함하는 많은 영역에서 보다 나은 거버넌스(governance)는 정부의 강제나 속박 측면에서는 더 적은 것을 요구하고 선택의 자유 측면에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 거버넌스(governance): ‘정부(government)’는 공식적인 권위에 근거한 활동을 지칭하는 반면, ‘거버넌스’는 공유된 목적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치 및 사회단체, NGO, 민간 조직 등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 옮긴다.
'other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켑틱 _ VOL.39 _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0) | 2024.10.28 |
---|---|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_ 박상미 (0) | 2024.10.20 |
스노볼 드라이브 _ 조예은 (0) | 2024.10.07 |
칵테일, 러브, 좀비 _ 조예은 (0) | 2024.09.30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_ 무라카미 하루키 (0) | 2024.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