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켑틱, VOL.39,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믿을 권리는 없다.
우리는 특정 사항에 대해 알 권리를 인정한다. 우리는 고용 조건, 질병에 대한 진단, 학교에서 받은 성적, 고소인의 이름과 혐의 성격 등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믿음은 지식이 아니다.
믿음은 ‘사실적factive’이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믿는다는 건 그것을 참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1940년대에 분석 철학자 G.E.무어Moore가 지적했듯 “비가 오지만 나는 비가 온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왜 나이가 들면서 수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수면 구성과 질의 변화에 있다. 깊은 수면 상태라 불리는 비렘수면 N3단계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은 성인 수면의 10~20퍼센트를 차지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서파 수면이 줄고 대신 얕은 수면인 비렘수면 N1, N2 단계의 비중이 커진다. 얕은 수면의 비중이 커지다는 것은 그만큼 잠에서 깨기 쉽고 바깥 환경에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의 ‘잠귀’가 밝아지는 것이다.
세상은 복잡하다. 유럽의 교육이 훌륭하다고 모두가 이야기해 왔지만, 지금 유럽에서 부는 극우 열풍이 그 훌륭한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문학 비평가 중에서 문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사고실험이라고 지적한 사람들은 꽤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SF작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은 SF의 핵심이 작가가 사회의 일부를 ‘탈구’시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독자에게 ‘비인지의 충격’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자가 동물 계통 분류를 배울 때까지만 하더라도 좌우대칭동물은 크게 두 가문으로 구별되었다. 바로 선구동물protostome과 후구동물deuterostome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두 가문은 ‘입’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동물의 배아 발생 과정에서 구형의 배아에서 마치 누가 손가락을 찔러 넣는 것처럼 세포들이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구멍(원구blastopore)과 장이 만들어지는 낭배형성gastrulation이 일어난다. 이때 처음 생긴 구멍이 입이 되는 동물이 선구동물, 항문이 되는 동물이 후구동물이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원구가 항문이 되는 후구동물로 분류된다.
하루에 약 12만 곡의 신곡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발표된다는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Music Business Worldwide의 추산을 그저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우리는 놀라운 음악을 쉽게 만들 도구를 얻게 되었지만 직업 예술가로서의 삶을 유지하기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워졌다.
심리학자 헨리 타이펠Henri Taifel은 얼마나 사소한 차이가 이런 차별을 만드는지 살펴보는 획기적인 일련의 연구를 진행했다. 타이펠은 연속된 연구에서 피험자들이 파울 클레의 그림을 선호하는지 칸딘스키의 그림을 선호하는지, 그림 한 페이지에 찍힌 점의 수를 과소평가하는지 과대평가하는지 같이 점차 사소한 기준에 따라 집단을 나눴다. 일련의 결과, 매우 사소한 집단화에서도 차별이 나타난다는 점은 흥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예상치 못한 발견은 피실험자에게 당신이 어떤 집단에 속해 있다고 알려주며 완전히 무작위로 집단화했을 때도 차별이 유발된다는 것이었다.
통증을 경험하는 개인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통각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반사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개인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통증을 만들어내고 구성해 내는 주체이다. 이러한 관점은 통증의 정의에도 잘 나타난다. 국제통증연구학회IASP의 통증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는 “실제 혹은 잠재적 조직 손상과 관련이 있거나 이와 유사한 불쾌한 감각 및 정서적 경험”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경험’이다.
한 개체는 이 상태 공간에서 대체로 비슷한 위치에 존재할 텐데 독감에 걸리거나 배탈이 난 경우에는 평소 자주 방문하지 않는 상태 공간, 즉 확률 밀도가 매우 낮은 곳(예를 들어 높은 체온)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공간에 이르러서는 한 개체의 정체성이 아예 바뀌는 경우가 생길 텐데 바로 심각한 사고나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이다(예를 들어 낮은 산소 포화도, 낮은 체온 등)
이렇듯 한 유기체는 확률 지도로 그 존재의 범위를 표시할 수 있고 이를 ‘생존 가능 공간viability zone’이라고 한다. 그 공간을 벗어나면 정체성이 ‘죽음’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바로 이 상태 공간의 범위는 살아있는 한 개체를 정의한다 또한 한 개체는 이 상태 공간에서 확률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인 세트포인트set point로 끌어당겨지는 역동적인 끌개 시스템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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