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열 일곱 시절에 생각했다.
스물 하나일 때에도,
그리고 25, 28일 때도
29인 지금도
- MURAKAMI Katsura <CUE> 중.
만화책을 보다가 발견한 구절이다. 이 만화는 본격 무대만화이다.
즉, 연극을 다룬다.
실제로 만화 안에서 연극을 하는데, 연극의 내용은 이렇다.
여러분은 극장형 대피소에 모였다.
지금 바깥에는 핵오염으로 살아있는 생명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때, 객석에 앉아있는 한 남자의 핸드폰이 울린다.
그는 바깥에 자신의 연인이 건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극장형 대피소 바깥으로 뛰쳐나가려고 한다.
이를 로봇들이 막는다.
로봇들은 말한다.
대피소 바깥에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은 환각증세를 일으키고 있다.
남자는 말한다.
그렇지 않아, ( )가 나를 부르고 있어, 전화가 왔다고, 난 나가야 해.
연극이 끝나면 관객들은 알아서 출구를 찾아 나가야 한다.
암전 후 불을 켜주지 않는 것이다.
마침내 문을 열고, 극장? 혹은 극장형 대피소? 를 빠져나가면
문 바깥에 배우들이 줄을 서서 인사를 한다.
이 사진은 혼자 원주를 돌아다니다가 마티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찍은 것이다.
어쩐지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일렀다는
만화책 속 누구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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