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Yann Martel, 작가정신
신은 ‘궁극적인 실체’이자 존재를 떠받치는 틀이건만, 마치 신의 힘이 약해서 자기가 도와야 된다는 듯 나서서 옹호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자들은 정작 나병에 걸려 동전푼을 동냥하는 과부는 못 본 체 지나고, 누더기 차림으로 노숙하는 아이들 곁을 지나면서도 ‘늘 있는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점을 보면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군다. 얼굴을 붉히고 숨을 몰아쉬면서, 화를 내며 말을 쏟아낸다. 얼마나 분노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단호함이 겁난다.
“흠, 그런 뜻이 아니고. 잘 들어라, 얘야. 종교를 가지겠다면, 힌두교도가 되든지, 기독교도가 되든지, 이슬람교도가 되든지, 하나가 되어야 해. 산책길에서 그분들의 말씀을 들었잖니.”
“왜 셋을 한꺼번에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마마지는 여권을 두 개나 갖고 있어요. 인도인이고 또 프랑스인이거든요. 어째서 힌두교도 겸 기독교도 겸 이슬람교도가 될 수 없다는 거죠?”
“그건 달라. 프랑스와 인도는 지구상의 국가잖니.”
“하늘에 나라가 하나만 있어요?”
“그래. 아니면 하나도 없던가. 그럴 수도 있겠지. 네가 매달리는 것들은 아주 구식이란다.”
동물원계에서는 뽀족뒤지 한 마리를 거래하는 데 필요한 서류가 코끼리보다 무겁고, 코끼리 한 마리를 거래하는 데 필요한 서류는 고래보다 무거우니, 고래를 거래할 엄두는 내지도 말라는 농담을 한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이 동물은 썩은 고기나 먹는 겁쟁이가 아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 그런 사진이 나온다면, 그건 낮에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달이 떠올라 하이에나의 하루가 시작되면, 놈은 극렬한 사냥꾼의 면모를 보인다.
바다는 호주머니에 든 동전처럼 쨍그랑댔다.
일부러 눈을 깜빡여보았다. 눈꺼풀이 벌목꾼처럼 나무를 베어내 사라지게 하겠지. 하지만 나무는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서 있었다.
오랫동안 파란색만 물리게 보다가 초록색을 보니, 눈에 음악을 쏟아붓는 것 같았다.
* 정확히 새벽 5시 50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밤을 샌 것 같다.
그리고 내 뒤에 두 명의 팀원들(부장님과 선배님)이 책상에 엎드린 채 조금 전부터 자고 있다.
밤을 새서 일을 하는 중에 새벽 3시 경 부터는 일을 하는 척 하면서
책상 밑, 무릎 위에 책을 올려놓고 몰래 읽었다.
마치 고등학교로 돌아간 것처럼.
그때 나는 책을 맘 놓고 읽지 못하게 하는 수업시간이 싫었는데
결국, 책을 읽을 짬을 찾지 못해 이렇게 까지 하게 되다보니
자칫 수업만큼이나 일을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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