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구조, 브라이언 그린, 승산, 2004
* 물체에 힘을 가하면 움직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물체의 운동이 일어나는 배경은 어떻게 되는가? 여러분은 "그 배경은 다름 아닌 공간이다!"라고 대답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히 공간이다. 그러나 "공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대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공간은 과연 물리적 실체인가? 아니면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도입된 추상적 개념에 불과한 것인가?
* 시간의 차원에서 볼 때 모든 사건들은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며,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식탁에서 떨어진 계란은 바닥과 충돌하면서 깨지지만, 깨진 계란이 다시 붙지는 않는다. 양초에 불을 붙이면 촛농이 흘러내리지만, 촛농이 거꾸로 올라가 다시 양초가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과거만이 담겨 있을 뿐,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사라은 살면서 나이를 먹으며 늙어 간다. 세월과 함께 나이를 거구로 먹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가장 단순한 해법을 찾았다. "에테르가 관측되지 않는 이유는 에테르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간단명료하고 과감한 해답인가! 맥스웰 방정식은 빛의 운동을 서술하고 있지만 빛의 매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론과 실험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능해진다. "빛은 다른 파동들과는 달리 매질 없이 전달되는 특이한 파동이다. 빛은 언제나 혼자 여행하며,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공간도 지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맥스웰 방정식이 말하는 '시속 6억 7천만 마일'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정지상태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에테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속도는 대체 무엇에 대한 속도라는 말인가? 여기서도아인슈타인은 단순한 답을 찾았다. "맥수웰의 방정식에 정지상태의 기준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빛의 속도는 이 세상 모든 만물에 대하여 시속 6억 7천만 마일이다!"
(melt주: '에테르'에 대해서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볼 것)
(melt주: 나는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았는지 모른다, 빛은 물속에서도 우주 속에서도 땅속에서도 시속 6억 7천만 마일로 움직이며, 심지어 빛과 같은 방향으로 뛰는 사람에게도 반대방향으로 뛰는 사람에게도 멈춰있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시속 6억 7천만 마일로 작용한다.)
* 우리의 상식과 직관은 뉴턴식 시간과 공간에 그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빛의 뒤를 쫓아가면서 측정한 빛의 속도는 정지상태에서 측정한 속도보다 느려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이 점을 좀 더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 용감한 청년 바트가 지금 막 완성된 핵 추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빛과 경주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보드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조그 느린 시속 5마일이라는 말을 듣고 바트는 내심 실망스러웠지만, 프로 스케이트보더답게 주어진 조건하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바트의 여동생 리사는 바트의 경쟁상대인 빛을 발가하기 우해 레이져장치 앞에 서 있다. 그녀가 11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여 0에 이르는 순간, 바트와 레이저는 동시에 출발하였다. 이 광경을 땅에 서 있는 리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떻게 보일 것인가? 리사가 느끼는 빛의 속도는 당연히 시속 6억 7천만 마일이고 바트의 속도는 시속 5억 마일이므로, 빛이 바트로부터 시속 1억 7천만 마일의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그런데 경주를 끝내고 출발점으로 돌아온 바트는 리사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스케이트보드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도 빛은 항상 자신에 대하여 시속 6억 7천만 마일로 멀어져 갔다며 주덜대고 있었다. 바트의 말이 믿기지 않는 독자들은 다음의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움직이는 관측자가 움직이는 광원에서 발사되는 빛의 속도를 수도 없이 측정해 보았지만, 시속 6억 7천만 마일에서 벗어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 즉, 물체는 공간 속에서 이동할 수도 있고 시간을 따라 이동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와 벽에 걸려 있는 벽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리는 동안 당신을 비롯한 모든 만물들은 아무리 싫어도 시간을 따라 가차 없이 '이동당하고'있다(사람들은 "나는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따라 강제로 이동당했다"는 말을 간단하게 줄여서 "늙었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 자동차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달리기 시작하면 시간을 따라 이동하던 운동의 일부가 공간의 이동에 사용된다. 정지해 있던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함녀 시간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는 이전보다 느려지면서 공간상의 이동이 새롭게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시간만을 따라 이동하던 자동차(정지상태)가 시공간에서 방향을 바꿔 시간과 공간으로 동시에 이동(주행상태)하고 있는 것이다. 주행 중인 자동차는 시간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졌으므로, 이는 곧 자동차의 시계가 길에 서 있는 당신(그리고 길에 대하여 정지해 있는 모든 것)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뜻이다.
* 특수상대성이론은 운동에 대하여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즉, 임의의 물체의 속도(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조합한 속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광속(빛의 속도)과 같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광속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은 빛뿐이다"라는 말에 익숙해 있을 것이므로 방금 한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ㅇ르 것이다. 그러나 물체가 광속보다 빠르게 달릴 수 없다는 것은 오로지 공간상의 이동만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을 따라가는 운동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당신이 길가에 서서 바라보던 주차도니 자동차가 어느 순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오직 시간만을 따라 광속으로 이동하던 자동차가 어느 순간에 방향을 바꿔서 공간으로도 이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두 속도를 조합한 전체속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간에서 이동을 시작한 자동차의 사간은 정지해 있을 때보다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공간을 이동하는 속도가 광속에 도달하면 시간을 따른 이동은 전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즉, 광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은 모든 속도가 공간이동에 100% 사용된 극단적인 경우이고 여기서 더 이상의 속도를 낼 수는 없으므로, 공간을 이동하는 속도는 어떤 경우에도 광속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빛은 특이하게도 항상 광속으로 달리고 있으므로 나이를 먹지 않는다. ...빛은 화장품 제조업체와 전 세계 여인들의 영원한 꿈을 실현시킨 유일한 존재이다. 빛은 100억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이가 똑같다.
(melt주: 책에는 타임머신에 대한 얘기는 언급되지 않지만, 이 원리를 이용한 것이 타임머신이다. 만약 우리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면, 빛의 속도에서 시간은 zero이기 때문에, 그보다 빠를 경우 시간은 뒤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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