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식 접근법에 의하면 우리에게 관측된 현재는 모든 가능한 과거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혼합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간단히 말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과거’들을 한꺼번에 더해야(중첩시켜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측을 ‘당한’ 입자는 모든 가능성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고 그중 하나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즉, 우리의 관측행위가 입자의 가능한 과거(지금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들 중 하나를 골라낸 것이다.
저명한 물리학자인 존 휠러John Wheeler가 1980년에 제안한 실험으로 세칭 ‘지연된 선택delayed-choice’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실험은 “과거는 미래에 따라 달라지는가?”라는 괴상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고전적으로 생각하면 광자는 과거에 이미 이런 일을 ‘했거나’ 저런 일을 ‘했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광자의 과거는 유일하게 결정되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한 과거들이 중첩된 상태로 있다가 관측이라는 행위가 개입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 중 하나의 과거가 ‘대표 선수’ 내지는 ‘대표 과거’로 나타난다. 즉, 퀘이사에서 수십억 년 전에 방출된 광자는 은하의 오른쪽으로 갈지, 또는 왼쪽으로 갈지(또는 양쪽으로 동시에 갈지)를 이미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가능성이 양자적으로 중첩된 상태에 있었다.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고전적인 관점에서 볼 때 거의 망언이나 다름없다…우리의 우주는 이와 같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1957년에 휠러의 제자였던 휴 에버레트Hugh Everett가 제안했던 이론… 그는 …모든 가능성들이 여러 개의 세상(우주)에서 동시에 진행되어 나간다고 주장했다. 흔히 ‘다중우주 해석Many World interpretation’이라 불리는 이 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 무한히 많이 존재할 수 있으며, 파동함수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가능성들은 개개의 우주에서 개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발생확률이 아무리 적은 사건이라 해도 다중우주 중 어느 하나의 우주에서는 그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동함수가 예견하는 전자의 위치가 ‘이곳’, 또는 ‘저곳’, 또는 ‘그곳’이었다면, 다중우주 중 하나의 우주에서는 전자가 ‘이곳’에서 발견되고 또 하나의 우주에서는 ‘저곳’에서 발견되며 나머지 하나의 우주에서는 ‘그곳’에서 전자가 발견된다. 우리가 무언가를 관측하여 어떤 특정한 값을 얻었다면 그것은 무한히 많은 우주 중 하나의 우주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다른 값이 얻어지는 사건’은 지금도 다른 우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른 우주에도 당신과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살고 있다. 어던 우주에서는 당신이 책을 읽고 있고 또 하나의 우주에서는 당신이 웹 서핑을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우주에서는 당신이 브로드웨이의 무대 뒤에서 첫 데뷔를 앞둔 채 가슴을 졸이고 있다. 다중우주 해석론에 의하면 …. 모든 가능한 사건들이 나름대로 진행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시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현대과학이 이룩한 모든 업적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장을 꼽을 것이다.” …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문장이 추가도리 여지가 남아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운영되는 법칙의 저변에는 대칭성이 깔려 있다”는 문장을 선택할 것이다.
우주의 역사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팽창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우주의 팽창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과학적 발견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우주의 과거를 규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건포도를 박아 놓은 밀가루반죽을 오븐에 넣었을 때 반죽이 부풀어 오름에 따라 건포도들 사이의 간격이 일제히 멀어지는 것처럼,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는 것은 공간 내부의 국소적인 팽창 때문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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