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끈질기게 따라다니던 것이
그리고 유독, 남들보다 많다고 느끼던 것이
죄책감
이다.
남들보다 더 거짓말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누군가를 상처 준 것도 아니고
남들을 크게 때린 적도 없고
남들보다 더 많이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많이 무단횡단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내내 이토록 죄책감이 드는 걸까.
누구 때문도 아니고, 무엇 때문도 아니고
홀로 있어도 함께 있어도 그저 죄책감이 든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에는 이것이 지금보다 많이 힘들고 괴롭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대처법이 있어서 이전처럼 힘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치 이 죄책감은 행위에 의한 죄책감이 아닌
존재에 의한 죄책감 같다.
내가 그 정도로
비중있는 존재였나?
존재조차 미안할 정도로?
그러나.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는데, 그로 인해 딱히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항상 막연하고 망연하다.
이건 어쩌면, 원죄의식 같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교회에서 말하는 그것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말하는 것이 인류가 기독교신화 속에서 저지른 죄 때문에
지금까지 죄책감을 가진다고 말한다면,
내가 느끼는 것은
과거의 ..한 행위 때문이 아니라 다만
제조상의 실수 같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넣지 말아야 할 것을 넣었거나
심한 대기오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 기름을 집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감수하고도 집어넣은 무엇, 처럼 내 안에서
자꾸만 찌꺼기를 만들어내며 달그락거리고 칙칙거리고 녹고 끈적거린다.
"인간이라서 미안해",
허탈하게 중얼거리면 잠시 마음이 편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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