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
가방 속에 내가 들었다
불편한 가방 속에 내가 들었다
신기 불편한 신발 속에 내가 들었다
먹기 힘든 도시락 속에 내가 들었다
키보드 안에 내가 들었다
키보드
이 단단한 근육들
안에 물렁물렁한 내가 들었다
누구는 물렁물렁한 생각을
누구는 물렁물렁한 감정을
누구는 물렁물렁한 태도를
누구는 물렁물렁한 몸 살을
식은 커피 안에 뜨거운 내가 들었다
뜨거운 커피 안에 식은 내가 들었다
졸음은 적일까 친구일까 하는
갈등 안에 내가 들었다
칫솔 모 사이 바퀴벌레 알
속에 내가 들었다
롯데리아 데리버거 안에 열 여섯
먹은 여자애 눈썹 먹는 내가 들었다
스페이스키는 생식성기고 엔터키는 유방이야
라고 말하는 변태 표정 안에 내가 들었다
흐뭇한 슬픔
매캐한 넉넉함
고즈넉한 피곤
소주를 피해 일어서는 덜컹
밀려나는 의자에 끼여
발이 까진 내가 말했다
누구에게나 다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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