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장 그르니에,  민음사

 

 

 

 

 

 

 

 

나는 그냥 살아간다기보다는 왜 사는가에 의문을 품도록 마련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하여간 <덤으로> 살아가도록 마련된 것이다.

 

 


이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란 없음을 나도 잘 알지만 이 세상에 일단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우리는 더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악마의 유혹을 받게 된다. 목숨이 붙어 있는데 왜 안 살아? 왜 제일 좋은 걸 안 골라? 하고 귀에다 속살거리는 그 악마 말이다. 이렇게 되면 곧 뜀박질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그러나 <이제 막> 욕망이 만족되려고 하는 순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짐승들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그들은 대자연과 다시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자신들을 살찌우는 정기를 얻는 것이다. 그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만큼이나 골똘한 것이다. 그들의 잠은 우리들의 첫사랑만큼이나 믿음 가득한 것이다.

 

 


물루는, 내가 잠을 깰 때마다 세계와 나 사이에 다시 살아나는 저 거리감을 없애준다.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것이 나를 저버리는 세 번...... 허공을 향하여 문이 열리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고개를 돌리고 순간을 지워버리세요. 생각의 대상을 갖지 말고 생각해 보세요. 제 어미가 입으로 물어다가 아무도 찾아낼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도록 어린 고양이가 제 몸을 맡기듯 당신을 가만히 맡겨보세요.

 

 


우리가 어떤 존재들을 사랑하게 될 때면 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게 마련이어서, 그런 것은 사실 우리들 자신에게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적절한 순간에 늘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보편적인 생각들만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들이라야 이른바 그들의 <지성>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싫어하는 이들과 이기주의자들은 고양이를 좋아한다.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 - 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 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너무나도 빈곤한 귀중품이어서 그것만 가지고 살 수는 없다.

 

 


인도는 비록 정복을 당할지라도 일체의 영향으로부터 항상 벗어난다. 인도는 오직 한 가지뿐인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세계로부터 소외시킨다는 야심이다.

 

 


어느 흰두교도의 말: 중요한 것은 우주를 한 카뷔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 꿈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그저 꿈에서 깨어날 뿐이다. (무케르지, 브라만과 파리아)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광증의 주된 증상은 <관심 상실>이다.

 

 


나는 <묵상>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묵상이란 이 세계의 바탕과는 다른 바탕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어떤 삶을 전제로 한다. 전진과 추락이 있고 또 무슨 방향이 있는 그것은 여전히 어떤 삶인 것이다. 나는 오히려 무(無)가 되고 싶었다.

 

 


북쪽의 어느 낯선 고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내게는 삶이 무겁고 시가 없어 보였다. 시가 없다는 말은 더할 수 없이 단조롭기만 한 것에서 매순간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그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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