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마사... 이 세상에서 제일 짧은 저주는 뭘까.
이 세상에서 제일 짧은 저주... 하지만 왜 내가 생각해야 하지? 자네가 가르쳐 줘야 하는 거잖은가?
방금 말했지. 이름이야.
자네의 세이메이? 나의 히로마사라는 이름?
그래. 산이나 바다 나무나 풀 이라는 그런 이름들도 모두 저주의 하나다.
저주란 곧 사물을 속박하는 거지.
그리고 사물의 근본적인 실제를 속박하는 것 또한 이름이야.
예를 들면 자네는 히로마사라는 저주를 나는 세이메이라는 저주를 받고 있는 사람이란 거지.
이 세상에 이름이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지. 즉,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어.
어렵군. 내게 이름이 없다면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건가?
아냐, 자네는 있지. 단지 히로마사가 없어지는 거라구.
.....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조차 이름이라는 저주로 묶을 수 있지.
남자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여자가 남자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그 마음에 이름을 붙여서 속박하면, 사랑.
호오-
하지만 사랑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겠지.
당연하지. 그것과 이건 다른 거다.
<음양사 1권 중>
이번에는 생물이 아니라 이 비파에 붙는게 좋아.
............
............
저번의 그 비파소리는 정말 멋있더군.
비파에 붙었나?
아마.
그것도 주문이었나? 그렇게 부드러운 말이?
몰랐었나?
다정한 말만큼 잘듣는 주문은 없어.
그리고 조금 불행한 편이 음악은 아름답지.
<음양사 1권 중>
미치자네 라는 남자는 세상의 도리란 것을 머리로는 잘 이해한 현명한 자였지만, 좌천된 뒤에 미쳐 버렸지. 미쳐도 밝게 미치면 살았겠지만, 슬프게도 그 남자는 시인이었던 거지.
시인은 구원 받으면 안되는 법이거든.
왜?
그것이 바로 시인의 미학이니까.
그는 태재부에서 죽을까지. 시체를 꽃으로 장식해 꽃에 묻듯이... 자신의 죽음을 언어로 장식해 언어로 묻어버린 거야.
<음양사 2권 중>
ps.
어떤 분야 건 오타쿠가 생긴다는 것은 그 대상에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깊은 성취가 녹아있다는 반증 같다.
이 만화책은 본래 소설로 먼저 읽었는데,
근래 만화책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당시의 의상이나 인물의 모습, 마차나 집 같은 것들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냈다고 한다.
좋은 만화에는
그것이 아무리 유치한 내용의 코미디 만화라고 하더라도
품위가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보노보노>라는 만화에서 품위를 느낀다.
<오늘부터 우리는>에서도 품위를 느낀다.
<카우보이 비밥>이나 <마사루>에서도 품위를 느낀다.
<무한의 주인>이나 <음양사>, <갤러리 페이크>, <충사> 같은
겉보기에도 품위가 있어보이는 만화에서도 품위를 느끼지만
<슬램덩크>나 <드레곤볼>, <리얼>, <대도오>, <야후> 등에서도 품위를 느낀다.
나는 만화가 상당히 품위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처럼 돈과 돈으로부터 비롯한 물질(자동차 등)로 품위를 얻는 시대에
특히, 옷차림이나 직업과 연봉을 통해 품위를 얻는 시대에
상대적으로 만화는 한 단계 위의 품위를 지닌다.
그것은 일종의,
타협하지 않은 자,
혹은,
한통속이지 않은 자
로서의 자연스러운 품위다.
만화를 그리기 때문에 그러하다,는 것이 아니라
장르와 명성을 떠나서 어떤 만화를 보다보면 그러한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만화를 그릴 수는 없다.
나는 아마도
품위 있는 자들을 동경하여 품위를 얻는 자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나중 탁구부>의 품위를 동경하는 나는
<이나중 탁구부>의 면모를 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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