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
엄재국
나 지금 고추 말리러 간다
태양의 하초에 마음껏 몸 들이대는 매춘의 들판을 지나
한방울 마지막 정액을 털 듯 떨어지는 흰 고추꽃의 슬픈 절정을 지나
한 세월 다리 벌리고 있는 골골의 밭이랑 속 벌겋게 일어선 몸
사타구니 사이로 손 쑥 넣어 고추 뚝뚝 따내는 오후의 한때를 지나
야윌대로 야윈몸, 바싹 말라 비틀어진 제안의 씨앗들
사정 못한 정충들 가득히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지나
음습한 교접의 후예, 밭고랑에 떨어져 저 혼자 물러터진 고추의 추억속
나 지금, 태양아래 몸 말리지 못하면 제값 받지 못하는
세면발이 가득한 자본의 사타구니 덜컹거리는 고추 말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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