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에도 말했듯이
오직 광고회사 취직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교를 다니는 광고홍보학과 학생들을 보면서
아니, 설마 학교를 취직하기 위해 다닌단 말인가?
하고
본의 아닌 화를 느끼면서
그들을 놀려주기 위해(어차피 태반이 광고대행사에 못 들어가니깐)
광고대행사에 꼭 들어가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전에 또 말했듯이
뭘 하든 남들보다 느리지만 그래도 하긴 한다는 특성으로
여럿의 도움과 운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암튼 광고대행사에 들어왔고 얼마 전에 학교에 가서
광고홍보하고과 교수실을 돌아다니면서
국문학과 모 아무개입니다, 기억하시죠? 저 이번에 라발라발라~ 쩝쩝쩝~
그러고 돌아왔다.
안 봐도 뻔한 것이, 그쪽 사람들은 수업 시간에 하는 딴 얘기 조차도
광고대행사 들어간 케이스 스터디나
광고대행사 들어간 모 선배
이런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분명 그 교수는 수업 시간에 내 얘기를 할 것이다.
내가 수업 들을 때도 그랬으니깐.
그러면서 나름 자극을 주려는 의도로,
국문학과 학생도 여기 들어가고 그러는데 너희들도 더 노력해서 라발라발라
그 학생 몇 과목 가르쳤지만 뭐 하나든지 특기가 있어야 라발라발라
나는 어머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어느 것들보다는 좋아했듯이
국문학과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다른 어느 것들 보다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이 비슷한 정도도 아니고
다분히 대비 될 정도로
광고홍보학과는 인기도 많고, 지원비도 많고 그런 것에 배알이 꼬였었나 보다.
예전에 국문학과에서 1년에 한 두 번씩 있었던 행사가
"졸업생과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국문학과 나와서 마땅히 취업할 곳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취업한 것 같은 선배 한 명씩을 불러
경험담이나 조언을 듣는 자리다.
광고홍보학과 같은 취직지향형 학과들은
졸업생과의 1대 1 튜터링 등
상당히 적극적으로 사회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도한다.
그런데 내가 나온 학교의 국문학과는
그저 강의실에 학생들 채워 넣고
생전 본 적 없는 선배 앉혀다 놓고 몇 마디 주워 듣는 것이 전부였다.
마치, 사랑방에 동네 꼬마들 앉혀놓고 이야기 들려주는 식으로...
그래도 나는 그게 꽤 그럴 듯 해서
나도 저거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만 것이었는데
성격상 뭐 해봐야지 하는 거는 해보기 전에는 머릿 속에서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러므로 내년 즈음에는 아마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국문학과 교수님들과 꽤 친한 나로서는
이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나만의 만족을 위한 시간이 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참석했던 선배와의 시간이 죄다 그런 것이었으니깐.
대부분 대략 알고 있는 직업,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한 선배들의 강의였고
잘 될 놈들은 이 강의 안들었어도 다 잘 되었을 놈들이고
안 될 놈들은 이 강의 들었지만 여전히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건 다만 일회용 이벤트를 넘어서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생을 수 백 명 이상을 배출해 낸 교수들이
4년을 학교에 붙어 가르쳐도 취업에 도움을 주기 힘든데
무슨 사회 생활 몇 년 했답시고 찾아와 두 시간 떠든다고 달라지겠는가.
언론정보학과 같은 데서는
SKT 그룹 홍보실 과장을 불러서 2시간 PT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들 실제로 취직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결국 다 듣고 나면 이런 거가 남는다.
우리 SKT 공채 신입사원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이다.
다만, 토익900점은 되야 응시가 가능하다.
영어는 원주민처럼 할 수 있어야 되고, 제 2외국어를 하나씩
비즈니스 회화 정도는 가능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내가 그 2시간 동안 학교에 가서 지방대생들과 마주 앉아 할 수 있는 건
잠깐 동안의 흥미, 약간의 실무적인 정보, 그리고 하루 동안의 동기 부여 정도 뿐이다.
기껏, 그나마 관심 있게 들은 학생인들 다시 일상에 묻혀 흐지부지 될 테니깐.
결국, 내 생각은 이렇다.
어차피 안 될 사람들을 2시간 만에 변화시키기는 무리다.
그러니 될 놈들을 감동시키자.
그러면 그들은 어차피 될 놈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감동을 받는다면
나의 PT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PT개요는 대충 이렇다.
1. 학교는 지방대, 자존심은 하버드대(자존심의 근거를 만들자)
2. 가짜 성격 쯤은 한 두 개 만들어둬라(내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공부하기 좋아하는 성격을 만들던가 연기하자)
3. 하나를 제대로 알면 다른 것도 쉽게 안다(ex. '시'의 응용)
위의 그림은 이 중 3번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본 것이다.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거다.
"복싱 금메달리스트는 보통의 제빵사보다 훨씬 더 훌륭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한 명은 올림픽 복싱 금메달 리스트, 나이 28세
다른 한 명은 제과제빵학과를 나와서 작은 빵집에서 3년 근무한 제빵사, 나이 28세
이 둘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조건으로(출생지 및 거주지, 경제적 환경, 건강 등)
요리사의 길을 향해 나아간다면,
건성건성이 아닌 매우 진지하게 인생의 무게로 요리사의 길을 간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훨씬 뛰어난 요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경우는 그 영역 간의 비약이 상당히 심한 경우지만,
그 영역이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면,
이런 류의 생각은 훨씬 더 그럴 듯 해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를 겁나게 잘 쓰는 사람이 있다면
어중간하게 사진 10년 공부한 사람보다 더 사진을 잘 찍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진을 시 쓰듯 찍으면 되니까.
여기서의 시 쓰듯이라 함은,
물론 시에 대한 감수성이라든지 시적인 기술을 사진에 응용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사람이 겁나게 시를 잘 쓰는 사람이라면 그 말은
앞에서의 금메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겁나게 한 가지를 정말 죽도록 열심히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올림픽을 1년 앞두고 훈련하듯이
사진을 그렇게 1년 동안 훈련한다면
어중간하게 카메라 10년 다룬 사람을 넘어서기란
오징어 찢어먹기 보다 쉬운 일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유사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가 10개국어 이상을 하는 것은
우선 한 두 개의 외국어에 통달을 하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언어습득의 유사성과 경험의 유사성으로 인해
학습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기 대문이라고 한다.
복싱 선수든 시를 쓰는 사람이든
다른 분야에 접근 할 때
경험의 유사성부터 붙잡고 들어갈 것은 당연하고
그로 인한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며
한 분야의 정점에서 얻은 노하우의 응용 또한 가능해진다.
암튼... 나중에 다듬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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