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위가 가신다 싶더니 금방 추워지네요. 가을이 짧아 아쉬워요.

라고 얘기하자 맞은 편 사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말도 마, 가을 장사 다 망했어. 가을 옷 이제 막 씨즌인데 벌써 겨울 옷 찾아. 가을 옷이 좀 나가줘야 (그 돈으로)겨울 옷을 들일 텐데 이러다 또 빚만 늘겠네…”

 

맞은 편 사내는 동대문 꼬질꼬질한 신평화시장 상인으로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남기수씨와는 다르게 3살 때부터 웃음을 잃은 표정이다.

 

여름에 고깃집에서 봤을 땐, 이번에 비가 많이 와서 지방 상인들이 오지 않아 큰일이라고 그는 말했고,

 

봄에 길에서 마주쳤을 땐, 물건 외상으로 받아오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당장 가게세가 걱정이라고 그는 말했었다.

 

그는 나의 아버지이다.

 

나의 일이

 

날씨에 민감하게 영향 받지 않는 것이라 다행스럽다.

 

일하기 싫어 낑낑대고 억지로 앉아있더라도 시름이 바람에 나부끼지 않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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