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문학동네, 2009(초판)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여자들에게 키스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마치 그 지랄 같은 일주일 동안 오스카 내부의 여자 ‘부서’가 불타버리기라도 한 듯이.
그녀는 오스카와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았고, 그저 이렇게만 말했다. 자식, 널 알게 돼서 기뻐.
그러면 오스카는 말했다. 난 내가 널 아는 나라는 게 기뻐.
도미니카 가정에서 완벽한 딸이란 완벽한 도미니카 노예를 좋게 부르는 말일 뿐.
오스카! 나는 소리 질렀지만, 너무 늦었다. 이미 엄마 손에 붙잡힌 뒤였다. 그녀는 마귀할멈처럼 몸시 마르고 지쳐 보였고,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동전이라도 되는 양 나를 움켜쥐었다.
마치 바다 밑에 갇힌 것 같았어. 그녀의 말이었다. 빛도, 아무것도 없이 대양 전체에 짓눌린 기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기분에 너무도 익숙해져서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저 위에 세상이 있다는 것조차 잊은 채.
정치가 너무 심해. 정치는 정치인한테만 좋고 나머지한테는 다 나빠.
이 바보 녀석이 기숙사 문에 뭐라고 써붙였는지 아는가? 친구라고 말하고 들어오라. 그것도 요정어로! (제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말아달라, 제발!)
그럴 때면 난 소릴 질렀다. 그놈의 영화를 또 보고 앉았냐? 그러면 오스카는 제 존재에 대해 거의 사과라도 하듯이 말했다. 거의 끝났어.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을 싫어한다고? 그렇다면 살 빼려는 뚱보는 얼마나 더 싫어할지 상상해보라. 그 광경은 사람들 속에 내재된 저 빌어먹을 악마를, 발로그를 끄집어냈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는 게 믿어져? 두 사람의 마지막 토요일 밤 밀회에서 그가 경이롭다는 듯 물었다.
난 믿어져, 그녀가 뱃살을 움켜쥐며 슬프게 말했다. 우리는 시계니까, 아벨라르. 그 이상은 아니지.
오스카가 전등이나 뭐라도 사주겠다고 하면 그녀는 여행은 가볍게 해야 하는 법이야, 라고 말했다. 친구를 더 사귀는 것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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