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궤도2, 배명훈, 문학동네, 2011(1판2쇄)
성직자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외우는 기도문의 첫머리처럼 ‘신께서 공전하시니’ 그는 정말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죽음도 외로움도 실패도 좌절도, 충돌할 듯 날아오는 눈앞의 적기도.
그리고 그 마지막 돌격은 실패가 아니었어. 기술적으로는 실패였지만 예술적으로는 안 그랬어. 늘 그랬듯이 문제는 선이었거든. 인간이 비행기의 힘을 빌려서 하늘 위에 그리는 선 말이야. 지나가고 나면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선이라지만, 사실은 안 그렇거든. 그렇게 아름다운 선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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